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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 : Bucketlist

[버킷리스트] 내 삶은 내가 그리기

by 서키르케 2018. 12. 14.

  버킷리스트 : 내 삶은 내가 그리기


10대 때의 나는 불완전했다. 

소심하고 소극적이었고 너무 평범해서 나는 아마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다가 죽을 거라고 믿어왔다.

어느 날 고등학교 때 친한 친구가 내게 말했다, 내가 너무 소심한 게 싫다고. 

내가 너무 상처를 잘 받고 삐치는 탓에 무슨 말을 못하겠다고 했다.

나는 그때부터 남달랐는지 그 말을 해준 게 너무 고마웠고 그날부터 달라지기로 했다.

매일 같이 나는 대범하다고 상처받지 않는다고 최면을 걸었다.

친구들이 조금이라도 장난을 치면 눈물이 핑 돌았지만 '나는 괜찮아, 나는 소심하지 않아.'라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그렇게 조금씩 나는 달라졌고, 과할 정도로 대범해졌다.

중학교 때 친구들을 만나면 왜 이렇게 성격이 변했냐고 놀라곤 한다.


대학에 입학했다. 다들 내가 너무 특이하다고 했다.

대학에 가면 재미있을 줄 알았는데 툭 까놓고 말해 지루한 사람들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다니던 학교 애들이 다 이상했던 것 같다.

왕따도 거의 없었다. 

'다들 너는 그렇구나, 나는 이런데.' 라는 분위기에 여자애들도 다 성격이 쿨하고 뒤끝이 없었다.

네가 다르니까 이상한 거야, 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대학에는 다들 평범해서 내가 너무 이상한 사람이 됐다.

한 1년간은 그게 너무 속상했다. 그런데 다른 방법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한다고 달라지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기도 싫었다.

그래서 그냥 더 나답게 살기로 했다. 내 모든 걸 사랑하기로 했고 솔직하게 드러내기로 했다.

내가 점점 더 나다워지면 나다워질수록 사람들은 놀랐지만 이내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너 진짜 신기하다며 다가오는 사람들도 있었고 나는 나 자신을 꾸밀 필요가 없으니까 편했다.

그렇게 나는 이상하지만,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 되었고,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자신감이 생겨서 자존감도 과하리만치 높은 편이다.

그건 지금도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때 나는 처음 일본어를 만났다.

제2외국어로 처음 일본어를 배우게 되었을 때 나는 너무 설레서 방학 내내 애니메이션만 봤다.

정말 밥만 먹고 애니메이션만 봤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깨어 있는 시간 내내 봤다.

언니랑 같이 봤었는데 그때 언니도 웬만큼 일본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수업을 듣는 1년 내내 일본어에 푹 빠져서 드라마며 영화며 다 섭렵을 했다.

당연히 일본어가 빨리 늘 수밖에 없었고 그게 너무 좋아서 더 열심히 공부했다.

나중에 대학교에 들어갔을 때 일본어를 전공으로 선택하지 않은 걸 후회했다.

그래서 결국 혼자 독학을 해서 구 JLPT 3급을 딴 후에 2학년 때 전과를 했다.

실망스럽게도 전공 수업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고 나는 갈증을 채우기 위해 수업시간을 제외하고는 집에 와서 일본 드라마와 영화만 봤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훨씬 많은 걸 배웠고 1년 만에 JLPT 2급을 따고 일본에 교환유학을 갔다.

그때 내가 고려하지 못한 것은 내가 일본과 맞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고 항상 괜찮다고만 말하는 사람들과 내 성격이 맞을 리가 없었다.

어차피 회화는 이미 잘하는 상태였기 때문에 일본인 친구들도 사귀지 않았고 외국인 친구들하고만 놀았다. 덕분에 영어가 조금 늘었다.

나는 이때 약간 활자 중독이었는데, 책을 읽을 수 없어서 아주 답답한 상황이었다.

결국, 나는 1년 동안 북오프에서 일본원서를 잔뜩 사서 기숙사 방에 틀어박혀 책만 읽었다.

처음에는 죽을 맛이었는데 그래도 책을 읽고 싶어서 계속 읽고 단어를 찾고 정리를 했다.

1년 후 한국에서 JPT를 쳐봤더니 독해점수가 100점 이상 향상되었다.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 잘하는 건 수학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고등학생이 되면서 점점 재미없어졌다.

영어도 끔찍할 정도로 못했는데 뜻밖에 일본어는 잘 맞고 공부하는 만큼 금방 늘었다.

1학년 때부터 공부를 해온 전공생들도 어떻게 하면 일본어를 잘할 수 있는지 물어보곤 했다. 

노력하면 잘할 수 있다는 게, 나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게 내 자존감이 높아진 가장 큰 이유였다.

어쩌면 그때부터 내 삶이 달라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평범하디 평범한 나의 인생을 스스로 그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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