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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 : Bucketlist

[버킷리스트] 외국어를 잘하면 좋은 점과 공부법

by 서키르케 2018. 12. 17.

  외국어를 잘하면 좋은 점


다들 알다시피 외국어를 잘하면 좋은 점이 아주 많다!

첫번째는 일단 자막이 없어도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 있다. 너무 보고 싶은 외국영화가 있는데 자막이 없다고 해서 상심할 필요도 없다. 간혹 자막에 오역이 많아도 그냥 들으면 되니까 별로 상관이 없다. 자막을 보면 좋다. 편하다. 그런데 원래 감독과 작가의 의도를 잘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자막으로 공부를 해보면 다르다. 여러 번 돌려보고 단어를 찾아보고 또 대사를 들어보고 자막을 내 나름대로 번역을 해보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한 번만 봐서는 결코 알 수 없는 감독의 의도, 연출, 배우들의 표정의 섬세함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책을 읽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 번 읽을 때, 두 번 읽을 때, 또 몇 년 지나서 다시 읽을 때, 감상이 매번 다를 것이다.

두번째는 외국어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한국어로 얻을 수 없는 정보, 외국에서 더 알려진 정보는 그냥 외국어로 찾아보는 게 더 편하다. 그래서 여행을 할 때도 그냥 가서 아무 언어로 물어보면 된다. 보통 영어를 많이 쓰지만 한국어 가이드북은 없어도 일본어 가이드북은 있는 경우가 많다. 의외로 영어보다 다른 언어를 더 잘하는 외국인들이 많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세번째는 전세계의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외국인 친구를 갖는 게 꿈이었다. 그래서 친구의 소개로 펜팔 사이트에 가입했다. 처음에는 영어를 못해서 사전도 정말 많이 찾아보고 엉터리 영어로 메시지를 쓰면 착한 애들이 정정해주고 다시 물어봐주고 그랬다. 그게 벌써 10년 전 일이다. 이제는 웬만한 건 사전 없이도 말할 수 있게 되었고 종종 영어를 어떻게 그렇게 잘하냐고 물어보곤 한다. 물론 안타깝게도 그 아이들은 영어 원어민은 아니다. 펜팔을 계기로 10년 넘게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친구들이 있고 유럽에 갔을 때나 그 친구들이 한국에 왔을 때 만나서 같이 놀곤 했다. 예전에는 유럽여행을 계획하고 있어서 유럽에 사는 애들을 마구잡이로 사겼다. 그 친구들의 나라에 가면 가이드가 되어주었고 집에서 숙박을 제공해준 친구들도 있었다. 혼자서 유럽여행을 한 달간 했을 때도, 6개월 동안 유럽에 체류할 때도 그렇게 타국에 혼자 가면 무섭지 않냐고 물어보곤 했지만 전혀 무섭지도 않았고 걱정할 일도 없었다. 각국에 친구들을 다 심어놨는데 문제가 될 일이 뭐가 있을까? 외로우면 버스를 타고 옆 나라에 사는 친구들을 보러 가면 됐다. 현지인과 함께 여행을 하는 것만큼 재미있는 여행은 없다.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여행이란


지금은 스페인어 연습을 목적으로 남미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 나라마다 몇 명씩 친구들을 만들어놨으니 어쩔 수 없이 남미 여행 때는 그 나라를 다 방문할 수밖에 없게 됐지만 결국 다 잘된 일이다. 외국을 돌아다니다 보면 여행하는 한국인들끼리 같이 노는 걸 종종 볼 수가 있다. 그 사람들은 나한테 왜 혼자 다니냐고 물어보지만 나는 반대로 왜 모르는 사람들이랑 같이 여행하냐고 물어본다. 물론 함께 여행할 한국인 친구가 있다면 좋지만 외롭다고 해서 생판 남과 함께 여행할 마음은 없다. 친구랑 다녀도 싸우고 마음 상할 일이 있는데 남과 다닌다고 마음이 맞을까? 한국에 돌아가면 연락도 하지 않을 사람과 왜 그 시간을 함께 보내야하는 건지 나는 잘 모르겠다. 나는 여행은 사색하고 배우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혼자가 될 시간도 필요하고 외로울 시간도 필요하다. 우리는 항상 사람들과 부딪히며 살고 일을 하고 폰을 만지고 혼자 있을 시간이 없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나조차도 사람들에게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런데 외국만큼 그 모든 것에서 벗어나 인터넷도 없이 혼자 앉아서 아름다운 건축물을 바라보고 감탄을 하고 고민을 해보고 성장을 해볼 수 있는 곳은 없다. 물론 외국에 있을 때만큼 외국인 친구를 사귀기 좋은 시기는 없다. 




  외국어 공부하는 법과 따라오는 것


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는 외국인 친구들이 아주 많다. 한국인들보다도 더 많다. 어떻게 그렇게 외국인 친구가 많냐고 묻지만 한국에서 태어나 줄곧 한국에서 살아온 (일본에 1년 유학한 걸 빼고) 토종 한국인인 내게 특별한 방법은 없다. 그냥 매일 외국인과 대화를 하면 된다. 우리는 최첨단 인터넷 시대를 살고 있다. 심지어 내 방에 누워서도 외국인 친구를 사귈 수가 있다. 영어를 못해서 외국어를 못해서 외국인 친구를 못 사귄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 반대로 외국인 친구가 있기 때문에 영어를 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영어를 너무 못해서 부끄러워서 영어를 공부하고 나서 친구를 사귀겠다고 하지만, 정말 솔직하게 그 날은 절.대.로. 오지 않는다. 영어를 못한다고 해서 손가락질 하거나 비웃지도 않는다. 기꺼이 영어공부하는 한국인을 도와준다. 나도 정말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인종차별을 하거나 미국인우월주의 같은 사상을 가진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안 그런 사람들이 더 많다. 


외국어를 공부하면서 다양한 생각과 사상, 오픈 마인드를 배우게 된다. 영어를 못했지만 듣는 게 너무 좋아서 매일 같이 미드만 봤었다. 나중에는 TV를 보는 시간이 아까워서 드라마며 예능도 다 끊고 방에 틀어박혀서 미드만 봤다. 그러다 보니 점점 영어가 익숙해지고 짧은 문장은 잘 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받아쓰기며 섀도잉이며 연습하면서 토익점수며 회화실력이 급상승했다. 영어가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주로 CSI 같은 드라마는 공부에 적합하지 않다고 하지만 나는 솔직히 장르는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 뭐든 좋아하면 그것만 보면 된다. 그러다 보면 들린다. 결국엔 들리기 시작한다. CSI 같은 어려운 드라마도 쓰는 단어는 정해져 있다. 아는 만큼 들리고, 공부하면 들린다. 나는 솔직히 범죄쪽을 좋아해서 일본어고 영어고 다 그런 장르부터 시작을 해서 그런 어휘에 빨리 익숙해졌다. 그러다 보면 다른 드라마를 봐도 그렇게 어렵지 않다. 장르보다는 마음가짐과 열정이 더 중요하다. 사람들은 영어를 잘하고 싶지만 영어공부할 시간이 없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솔직히 한국 드라마, 예능를 보는 대신 미국 드라마나 버라이어티쇼로 바꾸기만 해도 영어공부가 많이 된다. 한국 노래를 듣는 대신 팝송을 들으면 영어에 노출될 시간이 충분히 늘어난다. 모든 건 습관과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그 누구도 '시간이 있어서' 영어공부를 하는 게 아니다. 드라마 안 본다고 아이돌 노래 안 듣는다고 세상이 망하진 않는다.


한동안은 하이틴 영화와 성장류쪽 영화에 빠져 있어서 그런 것만 섭렵했었는데, 다소 유치하지만 결론은 다 똑같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개성과 매력 그리고 미(美)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다른 점, 콤플렉스가 우리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며, 우리의 아름다움을 그 누구도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아무리 아름다움을 찾아, 진정한 나를 찾아 헤맨다한들 결국 그것은 줄곧 내 안에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걸 받아들이든 말든 다른 사람들의 자유지만,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아무도 날 사랑해주지 않는다. 이런 것들에 매료되었던 탓에 이제 나는 외적인 아름다움에 집착하지 않게 되었다. 생각하는 것도 워낙 독특해서 한국 사람들은 내가 이상하다고 하고, 외국인 친구들은 내가 너무 한국인 같이 않아서 재밌다고 한다. 사회적 기준에 나를 맞추는 것보다 나답게 사는 것만큼 날 더 매력 있게 하는 건 없는 것 같다.


외국어를 잘하게 되면서 더 자신감이 생겼다. 처음엔 일본어, 영어 그리고 스페인어까지 공부하고 이제는 독일어를 독학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외국어덕후다. 시간을 할애해서 공부를 하면 언젠가 잘하게 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어떤 언어들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도전 정신도 많이 생겼다. 스위스에서 패러글라이딩도 도전해보고 체코에서 스카이다이빙도 해봤다. 원래부터 이렇게 도전적이고 용기가 있냐고 묻지만 그건 절대 아니다. 나는 정말 소극적인 집순이 타입에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걸 외국어 공부를 통해서 배웠기에 잘 안다. 물론 나는 원어민도 아니고 그 어떤 언어도 완벽하지 않다. 심지어 한국어조차도. 사람들의 눈에 나는 여전히 평범하고 철 없고 사회적 지위도 아무것도 내세울 게 없지만, 나는 외국어로 꿈을 꾸고 책을 읽고 무자막으로 영화를 보고, 전세계 어디를 가든 만날 외국인 친구가 있다. 지금까지 20개국 넘게 여행을 하였고, 일본과 오스트리아와 스페인에서 살아봤다. 어릴 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삶을 내가 살고 있다. 걱정이나 생각만 하는 것보다는 때로는 실천을 하는 게 답일 수도 있다. 여전히 나는 불완전하지만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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