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읽기와 독서법에 관심이 많아서 여러 가지를 찾아보고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번에 읽었던 책에서 슬로리딩 Slow Reading이 언급되어서 EBS 다큐를 찾아보았다.
초등학교 5학년 반에서 실시한 슬로리딩에 대한 실험적 교육이다.
일본에서 하시모토 다케시 선생님에 의해 시행된 '은수저'라는 책 한 권을 3년동안 읽는 수업은 아주 획기적이었고,
전설의 선생님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하고 그 해부터 도쿄대 합격자들이 가장 많았고 그 제자들은 지금도 각계각층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단순히 책을 읽고 토론하는 수업이 아니라 공부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수업이었다고 한다.
슬로리딩, 어떤 독서법일까?
EBS 다큐에서 실행한 방법은 다양한 독서에 관련된 활동이었다.
문장 하나하나를 다 같이 소리 내 읽고 (기억력 향상)
모르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고 그 단어를 이용해서 글짓기도 한다. (어휘력 향상)
등장인물의 행동이 옳고 그름을 토론한다.
인상 깊었던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보기도 하고 노래로도 만들어 본다.
재미있었던 것은 책에 나오는 꽃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학교 정원에 있는 나무와 꽃도 보러 가고, 소설에 나왔던 그 동네에도 직접 가본 것이었다.
아이들을 위해서도 교육적이지만 직접 성인이 해보아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같이할 사람이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수업에서 사용한 교재는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까였다.
책을 읽고는 직접 박완서 작가의 딸을 초청해서 질문을 받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은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의견을 나누었다.
딸도 박완서 작가의 책이 읽기 쉽지 않고, 숨은 뜻이 많은데 이렇게 아이들이 제대로 읽고 있다니 너무 놀랍다고 했다.
박완서의 출생연도, 저작년도, 세상을 떠난 해까지 다 아는 아이도 있었다.
단순한 독서를 떠나서 정말 작가와 소설을 통해 소통한 것이었다.
원래도 독서량이 많았던 아이들은 만화책과 재미 위주의 독서에서 벗어나 실제로 배우고 싶은 것들을 알기 위해 자발적으로 독서를 시작했다.
처음엔 회의적이었던 학부모들도 나중에는 아이들의 어휘력이 좋아지고 대화의 수준이 높아졌다며 수업을 신뢰했다.
다큐를 보면서 이런 방법으로 고전읽기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책 한 권을 너무 오랫동안 읽어야 하니 지루하다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소비적인 독서보다 더 많은 걸 얻을 수가 있다.
슬로리딩, 그래서 직접 해봤다
지금 가지고 있는 동양고전이 논어밖에 없는데 이미 2번 이상 읽었기에 전자책도서관에서 빌린 조선명탐정 정약용으로 슬로리딩을 시도해봤다.
독서법 관련 책을 읽으면 독서로 유명한 위인으로 세종대왕과 다산 정약용이 계속 거론되었다.
어느 정도 하다가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서 모르는 단어만 찾아봤다.
배경이 조선시대라서 한자어가 많았고 지금은 쓰이지 않는 단어도 많았고, 느낌으로는 알지만 정확한 뜻을 모르는 단어도 찾아봤다.
나는 역사에 정말 약해서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 알 필요도 있었기 때문에 소설의 소재가 된 흠흠신서같은 책의 자세한 정보도 찾아봤다.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아는 것이 많아지니까 즐거웠다. 정약용=흠흠신서 라고 외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이다.
이런 역사소설을 더 읽으면 역사가 더는 낯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김진명 소설도 어려운 한자단어가 많이 나와서 찾아보면서 읽었다.
네이버 국어사전을 찾아봐도 되지만 나는 집에 국어사전이 있어서 직접 페이지를 넘기며 단어를 찾아보고 색연필로 칠해봤다.
나중에는 내용이 궁금해서 그냥 읽기로 했다. 전자책도 대여 기간이 정해져 있으므로 매번 슬로리딩을 하는 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눈에 띄는 단어만 몇 개 찾아보다가 나중에는 왼손으로 글씨쓰기라는 새로운 시도를 해봤다.
나는 어릴 때 공기놀이를 정말 잘했는데, 왼손공기만 못했다. 그만큼 왼손 사용에는 서툴다.
그런데 좌뇌와 우뇌를 양쪽 다 발달시키기 위해서 양손을 다 쓰는 것만큼 좋은 게 또 없다고 하니 후천적으로 우뇌를 발달시키기 위해 왼손을 쓰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았다.
발로 쓴 것 같이 너무 못 썼지만 나중에 향상된 결과와 비교를 위해 일단 사진을 찍었다. 맘껏 웃어도 좋다. 나도 그랬다. :)
생각해보면 나는 글씨를 잘 못써서 언니가 항상 놀렸었는데, 계속 글쓰는 연습을 하면서 한자도, 영어도, 일본어도 잘 쓰게 됐다.
여전히 한글은 제일 못 쓰지만 가끔 잘 쓴다는 소리도 듣는다. (위에는 날려씀)
공부할 때도 나는 굳이 노트를 사서 손으로 직접 써보면서 정리를 하고 공부를 한다. 손글씨를 꾸준히 쓰는 게 두뇌 개발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20년 넘는 연습을 통해 점차 나아진 것인데 왼손으로는 얼마나 글을 써봤을까? 기껏해야 10번이 안 될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연습을 통해 왼손글씨도 향상해가면 된다. :)
아직 하루밖에 실험을 해보지 않았기때문에 결론을 내기에는 이른 감도 있지만 슬로리딩이 깊은 독서, 사고하는 독서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조금 더 실험을 해본 다음 상세한 글을 써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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