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뿐인 지구 - 물건 다이어트
2015. 12. 4 방영
EBS에서 방영된 하나뿐인 지구, 물건 다이어트편을 보았다.
요즘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이라고 해서 궁금해져서 찾아보다가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흥미로웠다.
정말 우리는 싸다고 해서 혹은 나중에 필요할까 봐 지금 당장은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많이 사두곤 한다.
그게 쌓이고 쌓이면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기도 하지만, 쉽사리 버리지를 못하는데
더 나은 삶을 위해 어느 정도 소유욕을 버릴 필요가 있다.
많은 물건을 소유한다고 해서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미니멀 라이프가 한창 유행인데,
2011년 동지진 때 모든 것이 사라지는 걸 보고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게 되었다는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의 저자 사사키 씨의 집은 놀라우리만큼 텅 빈 곳이었다.
(원제는 ぼくたちに, もうモノは必要ない 우리들에게 더 이상 물건은 필요하지 않다)
그 안에서 이불 하나로 잠을 자고 일어나서는 그것을 소파 삼아 기대어 컴퓨터를 하곤 하며,
작은 수건 하나로 그때그때 빨아 쓰며 생활을 하는데도 불편함을 느끼진 않는다고 했다.
회사의 그의 책상도 너무나 깨끗해서 동료는 그가 회사를 관뒀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의 책의 정보를 찾아보니,
“필요한 물건들을 갖고 있으면서도 내게 없는 물건에만 온통 신경이 쏠려 있으니 조금도 행복하지 않았다. 저것만 손에 넣으면 나는 행복해질 수 있는데, 저것이 없어서 나는 행복하지 못하다는 생각뿐이었다.” 작은 메모지 한 장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었지만 물건을 최소한으로 줄여 여유 있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을 접한 후, 미니멀리스트가 되었다. 그의 옷장엔 채 10벌이 안 되는 옷이, 욕실엔 액체비누 하나와 무명 천이 전부다. 주방에도 식기나 냄비 등 꼭 필요한 물건 외에는 두지 않는다. 그는 물건을 줄이면 줄일수록 자신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건 무엇인지 스스로 묻고 생각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남과 비교하는 습관이 없어졌다고 한다. - 네이버 책
요즘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바람에 나는 비상시에 챙겨야 할 물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내 공간에 있는 물건 그 무엇도 내 손때가 묻지 않고 추억이 담겨 있지 않은 물건이 없지만,
정말 내가 가지고 가고 싶은, 그 다른 무엇들로 대처할 수 없는 물건이라곤
요즘 수집 중인 우표와 엽서, 그리고 책밖엔 없었다. (이것도 많긴 하지만)
소비욕구를 부추기는 시대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필요한 것보다 많은 양의 물건을 사는데 거리낌이 없다.
신상 휴대폰, 계절 옷, 신상 가방, 구두 등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는 우리는
정말 필요한 소비를 하고 있는 것일까.
내 개인적인 견해로는 공간을 채우는 소비보다는 마음을 채우는 소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단 나 자신의 마음이 풍요로워야 내가 행복할 수 있고, 그 행복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눠줄 수 있다. 그러면서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상이다.
그동안 삶의 수준이 높아지고 더 편리하게 내가 가지고 싶은 것들에 많은 소비를 할 수 있게 되었지만,
행복지수는 굉장히 낮은 편이고 한 시민으로서 성장했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해외에서 시작된 333 프로젝트도 재밌어 보였는데,
상의, 하의, 외투, 신발, 가방, 모자 등을 전부 합해 자주 입는 옷 위주로 33벌로 추려낸 다음
그 옷들만으로 3개월 동안 살아보는 프로젝트로
Building my capsule wardrobe 나의 캡슐 옷장 만들기라고도 한다.
삶의 물건에 압박을 느껴서 시작하게 되었다고 하지만,
의외로 33벌의 옷/아이템 만으로도 다양한 매칭을 해서 심심하지 않게 옷을 입을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솔직히 여자치곤 옷도 별로 없는 편이고 좋아하는 옷만 계속 입으며
남들과 똑같이 옷을 입는 게 싫어서 유행에는 관심도 없고 둔감하다.
하. 지. 만. 정리해보니 옷이 참 많았다.
대다수가 안 입는 옷 혹은 안 맞는 옷이었고,
그냥 집에서 무난하게 입기 좋은 티셔츠는 잠옷이나 운동복으로 전락했는데 외출복보다 더 많았다.
무슨 운동선수도 아니고 운동복이 이렇게 많은지;;
유럽에서 장기 여행을 할 때 티셔츠를 계절별로 티셔츠를 하나씩만 챙겨갔다가,
우연히도 살이 빠져서 옷을 두벌인가만 사서 그 옷들을 계속 돌려 입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도 그 옷들과 내가 좋아하는 몇 벌의 옷들만 계속 입고 다니게 되었다.
정작 그 외 옷장 서랍, 옷장 안에 있던 녀석들은 한 번도 꺼내질 않았다.
나는 그동안 없어도 상관없는 옷으로 내 옷장을 채워놓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옷장 정리를 확 하고 좀 더 넓은 공간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야 미안해.
여기까지가 2년 전에 쓴 글이다.
나는 이후로 미니멀 리스트가 되기로 결심을 하였다.
가지고 있던 한 번씩밖에 읽지 않은 백 권이 넘는 책들도 어학교재만 빼고 다 팔았다.
그나마 어학교재도 마음에 드는 책만 소장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책들은 한 번만 보고 다 팔았다.
옷도 거의 사지 않았지만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허영심이 많았고 쓸데없는 소비를 많이 했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물건을 살 때마다 여러 번씩 고민을 했고, 일주일 정도 지나서 정말 필요하다고 느낀 물건만 샀다.
과소비가 줄었다. 옷가게나 상점을 봐도 별로 눈이 돌아가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내 소비 패턴은 '보니까' 사고 싶은 것이지 '필요해서' 사는 게 아니었다.
즉, 보지 않으면 살 이유가 없다. 정말 필요한 것은 어떻게든 사게 되어 있다.
물건 수를 하나 늘릴 때는 기존에 가지고 있는 물건을 하나 버리자.
있어도 존재가 티가 안 나고, 없어도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물건을 굳이 살 필요는 없다.
그 돈으로 계획적인 소비를 하고 자기계발을 하는 게 더 낫다.
아직도 부족하지만 미니멀 라이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들에게 행복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더욱 애를 쓴다.
_라 로슈푸코(Francois de la Rochefoucau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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