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움 : Minimalism

[비움] 긍정적인 관계만 남기자

by 서키르케 2018. 3. 18.

미니멀리즘이라고 해서 물건 버리기, 간소한 삶만을 떠올리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궁극의 미니멀리즘은 인간관계와 감정까지도 포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쓰지 않는 물건이 집안의 공간만 차지하고 버리질 못해 내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처럼,

나에게 더 이상 기쁨도 도움도 주지 않는 인간관계 때문에 속앓이만 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사람이 좋고 그들과 시간을 보내는 게 좋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과 연락을 하고 꾸준히 만나왔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잘라버리지 못하는 인연의 끈 때문에 몇 명의 사람들로 인해 속앓이를 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좋은 추억만 있었던 것 같은데 왜 이제는 얼굴을 붉힐 일이 많아졌는지.

그런데도 나는 그 사람을 잡고 싶어서 계속 이해를 하려고 했다.

그 사람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 상황이 안 좋았던 거라고 계속 되뇌었다.

안타깝게도 나는 욕을 엄청 먹고 그 사람에게서 '정리'되었다.

시간이 좀 지나고 안 좋은 감정이 누그러지고 나면 다시 친구가 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결국 그렇게 끝이었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는데 다들 그런 경험이 한 번씩은 있다고 했다.

오랜 친구와의 관계가 안 좋게 끝이 났지만 산산조각이 났지만 그 마지막을 꼽씹어 보게 된다고 했다.

정리를 당한 건 자신인데도 왜 그렇게 됐을까, 내가 더 잘할걸, 내 잘못이야, 이렇게 후회를 하고, 좋았던 추억을 떠올려 보고,

어느 날 갑자기 상대방에게서 연락이 온다면 '아마 나는 그 사람을 용서하게 될 거야'라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상대방은 일방적으로 받기만 했고 자신은 밑도 끝도 없이 퍼줬는데, 그런데도 더 잘해주지 못한 게 후회가 된다고 했다.

너희는 정말 헛똑똑이야, 그렇게 잘해주고도 뭐가 후회가 돼?

그냥 내가 그 친구를 더 좋아했던 거지, 그 친구는 아니었고.

그게 정답이다. 인간관계는 동등할 수가 없으니 한쪽으로 기울기 마련이다.

이때 문제가 생긴다. 한쪽은 좋아서 퍼주는 거고, 다른 한쪽은 받기만 하다가 부담스러워서 지치게 된다.

아니면 호의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마구 요구를 하다가 상대방을 지치게 하기도 한다.

이미 망가진 관계를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다. 어쩌면 오랫동안 삐걱거리기 시작했는데도 눈치채지 못한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지 않을 연락을 기다리는 대신, 내 주변 사람들에게 더 잘해주기로 했다.

만나면 항상 엔돌핀이 되어주는 내 사람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