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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Reise/2018 : Japan

[오사카] 뭘 해도 안되던 날

by 서키르케 2018. 6. 1.


  뭘 해도 안되던 날


밥을 먹고 디저트로 맥도날드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기로 했다. 나는 한창 딸기에 꽂혀 있어서 딸기 시럽이 발라진 와플 아이스크림을 시켰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는데, 내 번호가 불리는 순간 관광객 한 명이 튀어나와서 순식간에 내 딸기맛 아이스크림을 낚아채서 갔다. 말릴 틈도 없이 그는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 나는 하염없이 그 뒷모습만 바라봤다. 몇 분이 더 지나서야 초코맛 아이스크림이 나왔다. 휴식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터라 나는 그냥 먹을 테니 초코맛을 달라고 했다. 평소라면 초코를 환장하고 먹었을 테지만 이날만은 딸기딸기한 기분이었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제 딸기맛 아이스크림 잘 드셨나요, 고객님?




나는 트레이닝을 받고 6시에 퇴근하는 날이었다. 마침 친구가 일본에 왔다. 동료한테 집에 같이 가자고 해놓고 '맞다 나 약속 있었는데 까먹었다' 이러고 왔다. 기억력이 금붕어냐. 친구가 짐이 너무 많아서 공항에서 멍 때리고 있다길래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한 다음에 옷을 갈아입고 만나러 갔다. 관광비자로 넘어왔다는 게 신기할 만큼 짐이 많았다. 이거 한 명이 다 들 수 있는 짐 맞아? 공항에서 일단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짐 카트가 있어서 조금 자리가 넉넉한 곳으로 갔다. 카트는 밖에 두고 짐만 가지고 들어갔다. 한번도 가본 적 없는 곳이었는데 히야시츄-카를 팔길래 먹어봤다. 1000엔이 넘는 히야시츄-카였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여름엔 비빔면이지만 아쉬운 대로 히야시츄-카로 더위를 달래본다. 맥주도 팔아서 친구는 맥주에 튀김우동을 먹었다. 맛은 있었지만 매일 밥을 먹으러 가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점심으로 샐러드를 먹으려고 사놓고 결국 먹기 싫어서 카페에 갔다. 도토루에서 비프 밀라노 샌드위치라는 걸 파는데 너무 맛있어 보였다. 흑설탕 카페라떼와 함께 아름다운 비주얼을 감상하며 먹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날따라 뚜껑을 너무 벗기고 싶길래 뚜껑을 벗겼더니 팔꿈치로 바로 쳐버렸다. 결국, 커피는 20% 정도밖에 구조하지 못했고 내 자리를 비롯해서 유니폼바지가 다 젖어서 엉망이었다. 다행히 사물함에 바지가 하나 더 있어서 옷은 갈아입으면 됐지만 아직 단을 올리지 못해서 안전핀으로 대충 고정해서 입고 다녔다. 아까운 내 커피와 함께한 아쉬웠던 점심시간이었다. 그렇게 일이 잘 안 풀리더니 결국 사고를 쳤다. 집에 가서 저녁을 먹으려고 샐러드를 꺼냈는데 그걸 또 엎었다. 샐러드여서 다행이지 라면에나 국물이 있는 거였으면 방이 엉망진창이 되었을 것이다. 이런 날은 집에만 있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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