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 난바
2일 휴무를 받아서 오랜만에 외출을 했다. 휴무가 있어도 너무 피곤해서 좀처럼 나갈 수가 없었지만, 내일도 쉬는 날이니까 바람 쐬러 나가기로 했다. 전에 밋업에서 만났던 아유미 짱이 같이 놀자고 해서 만나기로 했다. 힘들수록 더 나가서 놀아야지 안 그러면 금방 지칠 것 같았다. 고맙게도 아유미 짱이 먼저 연락을 해줬다. 처음에는 신사이바시 쪽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내가 실수로 각역 정차하는 전차를 타서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렸다. 급행으로 갈아타고 나서도 약속시간에 한참 늦어서 너무 미안했는데, 오히려 아유미 짱은 난바까지 나와줘서 고맙다고 했다.
전에도 한 번 지나가본 적이 있었던 우라 난바(난바 뒷골목)으로 가자고 했다. 가게가 너무 많아서 어디로 가야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는데,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보이길래 들어가보기로 했다. 근데 메뉴를 보니까 다양한 유럽의 음식을 팔고 있어서 재밌었다. 내가 술은 안 마신다고 했는데 메뉴에 상그리아가 있길래 '이거 마시자!' 그랬다. '술 안 마신다며? (웃음)' '응, 근데 상그리아는 맛있잖아 :)' 야채가 들어간 것도 먹고, 감자가 들어간 거랑 카프리제도 먹었다. 상그리아는 스페인에서 마신 것보단 못했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나는 일이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조금 힘들다고 했고, 유럽에서 보낸 짧았던 시간이 너무 즐거워서 다시 갈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아유미 짱도 유럽이 너무 좋았다고 일본에서의 삶은 조금 지친다고 했다. 둘 다 '맞아, 유럽 사람들은 정말 행복해보여서 부럽더라' 이러면서 놀았다. 아유미 짱은 외로움을 많이 타서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고 했다. 아무리 피곤해도 일정이 빡빡할 만큼 사람들과 약속을 잡는다고 해서 내 오랜 친구가 생각이 났다. 아유미 짱은 사람을 참 좋아하고 정이 많다. 그리고 나한테는 일본에서 힘든 일이 있으면 꼭 연락하라고 했다. 몇 번 만나지도 않았는데 정말 멋진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사카 사람들이 너무 좋아지기 시작했다.
밤늦게 전차를 타고 오다가 이즈미사노 역에서 내려봤다. 걸어가는 시간까지 계산해도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더 일렀기 때문이었는데 결국 길을 몰라서 헤매다가 예정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역에서 본 코카콜라 자판기에 한국어와 중국어가 적혀 있어서 너무 귀여웠다.
집에서 나오는 길에 우편함을 열어봤더니 독일 친구에게서 온 엽서가 들어 있었다. 일본에서 처음 받는 엽서. :) 내가 어디 있던 항상 날 생각하고 엽서를 보내준다. 그림처럼 너무 예쁜 엽서 귀여운 고양이 스티커도 붙여주었다. 좋은 친구가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나도 얼른 우표와 엽서를 사서 보내주고 싶은데 이번달엔 좀 빡빡해서 월급날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너무 기뻐서 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I got your postcard today. You made my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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