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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김찬 - 휴식수업

by 서키르케 2018. 10. 2.

'건강기능식품'이라 이름 붙은 홍삼의 이 같은 선전은 의료인의 눈으로 볼 때, 개개인의 안녕을 뜻하는 '건강'보다는 더 열심히 일하는 능력인 '기능'만 강조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닮은 듯합니다. 밥 먹듯 야근을 하는 직장인에게 필요한 건 홍상보다는 휴식과 재충전을 통하여 창의성을 회복할 시간이 아닐까요?


자극이란 수동적인 것일수록 그 강도나 종류 면에서 잦은 교체를 필요로 한다 - 에리히 프롬


약물에 빗대어 표현한다면 이런 것을 '탐닉성'이라고 하지요. 어떤 이가 멋진 대형차를 타면 사람들이 나를 성공한 사람으로 보고 나는 더 행복해질 것이라 생각해 열심히 돈을 모아서 드디어 차를 샀습니다. 하지만 새로 산 자동차가 주는 기쁨은 찰나일 뿐, 내 옆을 쌩하고 지나가는 외제 스포츠카를 본 순간, 그의 욕망은 더 크게 생겨납니다.


그렇게 처음으로 낭떠러지 아래를 바라보는 순간에서야 깨달을 수 있습니다. 떨어지면 끝장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그곳에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져 있고 나에게는 날개가 있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일곱 번째는 '내려놓음'입니다. 나의 욕심 때문에 내려놓지 못하고 집착하는 생각이 있음을 인식하고 그것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좋아하는 것은 붙잡으려 하고 싫어하는 것은 배척하려 하는데, 이렇게 붙잡거나 배척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관찰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취미 활동의 분야가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음악일 수도, 운동일 수도, 문학일 수도, 주류 사회로부터 서브컬처라 불리는 문야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내가 능동적으로 본성을 발휘하고,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인 활동이라면 충분합니다. 그 활동은 나의 삶에서 빈 것처럼 보였던 부분을 아름답고 풍성하게 채워나갈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오늘 누군가에게 '먹고사는 데 도움도 안되는 일을 뭐하러 그리 열심히 하니? 라는 말을 들었다면 당신의 삶은 어제보다 더 풍성해진 것입니다.


혼자 하는 산책은 현대인에게 훌륭한 사색의 시간입니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팔을 가볍게 흔들며 숨이 차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걸어봅시다.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기도 하고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면서 천천히 걷다 보면 내면에서 나오는 소리에 오롯이 집중하고 스스로와 대화하는 소중한 시간이 찾아올 것입니다.



김찬 『휴식수업』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