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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Reise/2018 : Japan

[오사카] 커피공화국에서 왔어요

by 서키르케 2018. 10. 8.

어제 처음으로 한국어 과외를 했다. 중급이라고 했지만 거의 중상급의 수준이라서 가르쳐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그래서 회화 위주로 수업을 하고 몇 가지 구어체 표현이나 유용한 표현, 드라마나 방송 프로그램 추천과 같은 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두 시간 정도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네 시간 넘게 수업을 했고, 학생이 말을 많지 하지 않아 결국 내가 거의 말을 했다. 진짜 수업인지 수다를 떨기 위해 간 건지 아직도 판단을 내릴 수가 없을 정도의 애매한 수업이라 돈을 받는 것도 미안했지만 밥값을 벌 수는 있었다. 돌아가는 길에 너무 배가 고파서 장을 보러 갔는데 오늘 한 끼도 먹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대충 먹을 정도만 사 와서 폭풍 흡입을 하고 앉아서 컴퓨터를 하다가 30분 정도 졸았다. 정말 피곤했던 모양이다. 나는 앉아서도 서서도 그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잔다. 수면의 질은 낮지만 어쨌든 자긴 잔다.


한국어는 정말 어려운 언어다. 맞춤법도 띄어쓰기도 문법도 어렵고, 다양한 단어의 쓰임새가 확실하지 않아서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정말 배우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물론 드라마나 노래를 통해 공부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요즘 드라마를 보면 유행어가 난무하고 문법에 안 맞는 경우도 많아서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이런 걸로 공부하긴 무리겠다는 생각이 든다. 노래도 뭔가 메시지나 의미를 담고 있어야 하는지 무슨 얘길 하고 싶어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게 되었을 때, 나는 정말 나이가 들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사는 쉐어하우스에는 외국 사람들이 있다. 나도 물론 여기서는 외국 사람이지만. :) 가끔 부엌에서 만나면 영어로 얘기를 한다. 그러다 보면 나 혼자 막 신나서 얘기를 할 때도 있다. 내가 쓰는 영어는 쉬운 단어를 참 많이 쓰기 때문에 정말 수준이 높지 않다. 물론 그래도 하고 싶은 얘기는 대체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영어 실력을 칭찬받을 때도 있지만 부끄러운 실력이다.


나는 빈혈이 있어서 빈혈에 대해서 가끔 얘기를 하는데 빈혈(anemia)이라는 단어가 참 외워지지 않는다. 그냥 나는 피가 부족해라고 표현하지만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오늘은 커피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 전에 살던 한국애가 일본 커피가 너무 맛이 없어서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이냐고 묻길래. 스타벅스에서 산 아메리카노가 너무 맛이 없어서 버리려다가 목이 말라서 다 마셨던 얘기를 했다. 시럽을 아무리 넣어도 맛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어떻게 같은 프랜차이즈인데 그렇게 맛이 다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다행히 우리에겐 맥심이라는 위대한 인스턴트커피가 있기에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면 그걸 마신다고 말해줬다. 커피공화국인 한국의 커피를 마셔봐야 이해를 할 수 있겠다는 눈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