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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Reise/2018 : Japan

[오사카] 우울할 땐 책을 읽자

by 서키르케 2018. 10. 10.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너무 우울하고 앞날이 막막하다고 느낄 때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자기계발에 집착한다. 아마 지금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게 나에게는 독서와 공부인 것 같다. 어딘가에 빠져서 미친 듯이 몰입을 하면 그 순간만은 모든 걸 잊을 수 있지만, 그것이 단순히 시간 때우기가 되어선 안 된다. 어떻게 해서든 단기적으로도 장기적으로도 내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면 안 된다. 그게 바로 내게는 책과 외국어다. 나는 백수 때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 모든 스트레스를 떨쳐 버릴 정도로 신나게 즐겁게 놀면 좋겠지만 두려움이 자꾸만 엄습해온다. 지금 이대로는 안돼, 좀 더 열심히 해야 해. 그렇게 나는 나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한다. 도대체 이 끝은 어디일까.


8월은 정말 힘든 달이었다. 성수기였고, 미친 듯이 바빴으며, 평소엔 마주칠 일이 없는 사람들과 부딪히게 됐다. 그 덕에 나는 한 달 만에 17권의 책을 읽었다. 뭘 위해 읽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빠르게 읽어내려갔다.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만으로. 책을 읽으면서 머리가 아주 맑아졌다. 자신감은 떨어졌고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너무 지쳐있었지만 그래도 버틸 수 있었다.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끊임없이 속으로 되뇌였다. 이상하게도 읽는다는 행위 그 자체만으로도 도움이 됐고 얼굴도 모르는 작가들과 소통하면서 나를 위로해주었다. 그래, 이게 내 인생의 끝은 아닐 거야. 어차피 다른 길도 많아.


원래의 목표였던 외국어 공부에 시간을 더 쏟기로 했다. 더는 일본에서 사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됐다. 나는 왜 일본어를 공부했을까, 일본에서 사는 게 이렇게 싫어질 줄 알았다면 그렇게 몇 년을 일본어만 바라보고 살진 않았을 텐데. 스페인어를 공부해서 남미에 가자. 여행도 하고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을 때까지 공부하는 거야. 아니면 독일어를 공부하자. 복지도 잘 되어 있고 안정적이니까 아예 눌러앉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오랜만에 새로운 외국인 친구들을 더 만들었다. 외국어를 연습하기에는 원어민 친구를 사귀는 것만 한 게 없다. 


아직 방향을 정확하게 잡지 못했기에 책을 더 읽었다. 9일 동안 15권의 책을 읽었다. 그저 읽었다. 아무 생각 없이 읽었다. 독서법에 관심이 생겼다. 그렇게 이 책에서 저 책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듯이 읽었다. 번역가가 되려면 글을 잘 써야 하니까 필사를 하는 것도 좋고 독후감을 쓰는 것도 좋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하는 거니까 이것저것 따져가면서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냥 쓰면 된다. 오늘도 책을 읽자. 




18시간 몰입의 법칙 - 이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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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 사이토 다카시

1천권 독서법 - 전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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