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부터 전무후무한 일생일대의 프로젝트를 시작하도록 하겠다. 먼저, 혼자만의 세계로 여행이 가능한 적당한 시간과 장소를 물색한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곳에서 노트를 펼치거나 노트북을 꺼내 든다. 이것은 삶의 반전, 변혁을 이끌 프로젝트이니 꽤나 진지하고 또 진솔해야 한다. 생각을 정리할 도구가 준비되었다면 그곳에서 하고 싶은 공부의 목록을 적어본다. 연초에 새해계획을 적듯 배우고 싶은 모든 분야를 정리하는 '공부 버킷리스트'를 적는 거다.
삶에 날개를 달아주고 꽃을 피워줄 공부, 시간이 없어서라는 진부한 만년 핑계를 내세우며 미루고 미뤄왔던 공부, 10년째 시작과 포기를 무한 반복 중인 공부, 무엇보다도 언젠가 해봐야지 벼르고 있었던 '진짜' 내가 하고 싶었던 그 공부.
괜찮다. 아주 괜찮다. 아직 젊은 우리는 이런 시나리오를 피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가 넉넉하다. 다만 눈을 크게 뜨자. 머리를 단단히 묶고, 가슴을 넓게 펴자.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니 20대가 훌쩍 지나버렸다고 하소연하는 여자들이 허다하지만 슬프게도 30대는 3배의 속도로 빨리 지나갈 것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한순간의 지체도 없이 시작해야 한다. 무엇을? 곪아터질 상처로 자리 잡지 않을 도전목록들을. 나를 조금 더 나답게 만들어줄 공부목록들을. 단언컨대 공부에 가장 적합한 나이는 바로 지금이다.
작심삼일을 없애는 가장 간단한 방법? 그건 3일에 한 번씩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다시 결심하는 것이다. 3일에 한 번씩 100번 실행하는 거다. 반복된 행동은 생활이 되고 습관이 되어 결국 극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그리고 알다시피 습관은 만들기가 어렵지 한 번 굳어지면 좀처럼 떨쳐내기 힘들다. 악습 한 가지만 바꾸어도 삶의 형태가 많이 달라진다.
아무리 바쁜 사람도 하루 2~3시간의 자유 시간, 즉, 나를 위한 시간,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시 테크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5년 후 꿈꾸는 내 모습을 위해 오늘 하루 2시간을 저금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2시간은 당장 TV와 인터넷, 스마트폰 사용 시간만 줄여도 확보 가능하다.
전문가들의 모임에서 흔히 오가는 속설도 이와 비슷하다. 그들은 전문용어로 '골방에서의 3년'을 이야기한다. 3년쯤 한 분야에 진득하게 미쳐본 경험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너무나 크고 확연하다는 것이다. 3년쯤 혼자만의 공간에 자발적으로 갇혀 오로지 꿈과 미래를 위해 몰입한 시간을 가진 여자는 결국 어떤 형태로든 그것을 보답 받는다.
푸드스타일리스트, 캘리그래피 디자이너, 에세이 작가, 시인, 요가강사, 바리스타, 일본어 강사, 코디네이터에서 영화평론가에 이르기까지. 주말을 이용한 세컨드잡은 멋대로 골라 먹는 아이스크림보다도 선택의 폭이 넓다. 짜릿하고 뭉클하지 않은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목표는 쪼개고 쪼개져야 한다. 더는 쪼개질 수 없는 원자단위까지 쪼개져야 한다. 그러면 아무리 거대한 목표도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꿈이 된다.
현실은 상상을 닮아간다. 그건 나이를 먹을수록 깊이 사랑하는 사람의 미소를 닮아가는 것과 비슷하다. 행복한 상상으로 내일을 조각하는 것은 두 개의 심장으로 두 배 더 설렘을 간직하며 사는 일과 같다.
나 역시 외국어에 늘 관심이 많으며 '마흔 전에 5개 국어로 떠들기'라는 거창한 목표도 가지고 있다. 나는 학부 때 중국어를 전공했는데, 중국어라는 무기로 할 수 있는 일의 스펙트럼을 제대로 경험했기에 외국어 공부만큼 남는 장사는 없다는 것을 일찌감치 온몸으로 깨달았다. 하나라도 외국어를 '제대로' 할 줄 알면 굶어 죽기가 쉽지 않다. 곰곰히 생각해보자. 각종 국제행사나 비즈니스 박람회에서 통역하거나, 직장을 다니며 주말에 회화 강의를 할 수도 있다. 투잡으로 틈틈이 어린이 동화책 번역을 할 수도 있고 전공이 따로 있다면 화학, 건축, 법률, IT 등 전문 서류 번역도 수입이 꽤 좋다. 장담컨대 무엇을 상상하건 그 이상을 얻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외국어다.
단언컨대, 매일 읽는 한 장의 철학책이 여자의 삶을 바꾼다.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일러주고 인생의 품격을 높여 더 자유롭고 더 강하게 만든다. 알다시피 진한 자기애를 가진 여자는 피부도 더 반짝이고 눈빛은 말할 것도 없다. 내적인 아름다움이 넘실대면 외적인 변화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건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이다. 새로운 삶의 개척을 꿈꾼다면 압구정 성형외과보다 집 앞 도서관으로 먼저 가라! 그리고 인문학으로 정신을 무장해 누구도 어떤 상황도 당신의 의지 없이 당신을 상처 입히고 좌절시키지 못하도록 하라.
요즘은 배낭여행으로 세계 5개국을 돌아다닌 여행 족들도 흔히 만날 수 있는 시대이니 9개국 31개 도시쯤은 별것 아닌 경험일 수 있다. 그러나 내 여행이 조금 특별했다고 자부하는 것은 그 모든 떠남이 삶을 뒤바꾸고 성장시키는 탁월한 세상 공부였기 때문이다.
극복하고 싶은 두려움이 있는가? 혼자서는 식당에서 밥도 못 먹는 성격을 고치고 싶다고? 반경 500km에 나를 아는 이가 한 명도 없는 낯선 곳에 홀로 놓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조용히 사색하고 내면과 오래 대화할 시간과 장소가 필요한가? 혹은 그간 배운 외국어를 제대로 써먹을 무대가 절실하다고? 이 모든 것은 여행이라는 공부를 통해 충분히 배울 수 있다.
김애리 『여자에게 공부가 필요할 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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