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출국
모든 준비가 끝나고 드디어 출국, 아침 9시 비행기라 4시부터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7시가 조금 안돼서 공항에 도착을 했다. 전날 하루 종일 짐을 싸고 빼고 했지만 결국 6kg 초과로 6만 원을 냈다. 그런데도 무민이 그려진 종이를 받고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정말 단순한 사람인가보다.
피부가 민감한 편이라서 쓰던 천연화장품을 다 챙겨왔는데, 용기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용기가 100ml 이상이면 기내 반입이 안돼서 약국에서 빈 용기를 사서 덜어야 된다고 했다. 너무 마음에 드는 헤어에센스가 안타깝게도 120ml짜리였다. 반밖에 남지 않아 60ml 정도밖에 되지 않겠지만, 용기가 크니 어쩔 수 없다고. 결국 출입증 목걸이를 하나 받아서 다시 나가서 빈 용기를 사서 돌아왔고, 출입증이 있어서 승무원 대기줄로 와서 거의 기다리지는 않았다. 노트북과 폰 두 개와 아이패드까지 뺐다 넣었다를 반복했고, 신고 간 구두 때문에 발이 아파왔지만 아직 남은 시간도 많았고 이것 또한 경험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였다.
비행기에서 뻗어서 잔 후에 칸사이 공항에 도착해서 내렸다. 입국 신고서를 들고 줄을 기다리는데 중장기체류자는 다른 곳에 서면 된다고 알려줬다. 나 말고 앞에 한 명밖에 없었지만 그 사람이 시간이 오래 걸려서 계속 기다렸다. 내 여권과 비자 내용을 토대로 재류카드를 만들어줬다. 그리고 거주지 내 구약소/시약소에서 주민등록을 해야 한다는 안내문 종이를 받고 입국 심사가 끝났다.
공항에서 나오니 회사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바로 교통카드 정기권을 사러 갔다. ICOCA라는 카드인데 한 달 정기권으로 10,750엔이지만 보증금으로 500엔이 더 든다. 칸사이공항과 린쿠타운을 오갈 때 즉 통근용이다. 이 카드는 충전식 교통카드처럼 쓸 수 있어서 그 외 지역을 왔다갔다 할 때 충전해서 사용하면 된다. 다만 날짜가 적혀 있어서 충전한 것도 해당달에만 사용할 수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더 써봐야 알 것 같다. 그리고 이 정기권은 분실 시에도 재발급이 가능해서 이런 경우를 대비해 처음에 숫자를 설정해서 찾을 때 쓴다고 한다.
옛날에 만들어 놓은 우체국 통장이 있어서 아직도 쓸 수 있는지 물어보러 갔다. 다행히 통장은 아직 쓸 수 있는데 이름이 한자 이름이고, 이번에 만든 재류 카드에는 이름이 영어 이름이다. 그리고 새로 만들어 온 한자 도장도 쓰고 싶어서 새로 하나 만들어 달라고 했다. 통장은 세 가지 중에서 고를 수 있는데 나는 귀욤귀욤한 통장으로 만들었다. 예전 통장에서 금액이 너무 적어서 뽑지 못한 돈이 이자가 붙어서 37엔이 됐다. 우체국 언니가 나도 모르는 37엔이 있다는 얘기를 하길래 너무 웃겨서 웃었고, 언니도 같이 웃었다. 나 꽁돈 생긴 건가?! 카드는 체크카드처럼 결제도 할 수 있게 만들었고 며칠 후에 집으로 배송될 거라고 했다. 일본 입국 후 당장 만들 수 있는 통장은 우체국 통장 정도니 만들어두면 좋다.
한국에서 3일짜리 심카드를 사왔다. 휴대폰이 개통되기 전까지 사용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내가 정말 완벽하게 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방에 와이파이가 되지 않을 거란 걸 계산에 넣지 못했다. 요즘 같은 현대사회에 와이파이가 안되는 곳이라니. 결국 검색하느라 거의 하루만에 데이터를 다 쓰고 나는 엄청나게 느린 심카드로 나머지 이틀을 보내야 했다. 다행히도 카카오톡이나 라인같은 메신저는 잘 됐고, 느리긴 했지만 가끔 검색도 할 수 있었다. 다만 내가 인터넷 중독이었다는 걸 뼈저리게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내가 오사카에 도착하는 날에 맞춰서 라인 모바일 엔트리코드를 주문해놨다. 이게 심카드 같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엔트리코드는 코드일 뿐 매장에서 라인모바일을 개통할 때 드는 수수료 3000엔을 900엔이라는 싼 가격에 결제한 것뿐이었다. 그러니 심카드는 없이 종이 한 장이 딸랑 왔고, 나는 여전히 심카드를 신청해야 했는데 이걸로 영원히 고통받을 줄이야. 시약소에서 주민등록하고 주민표를 받았으니 준비물(재류카드, 주민표)은 완벽했다. 다만 재류카드에 적힌 주소와 점 하나라도 틀리면 안되기 때문에 나는 몇 번씩 캔슬을 당했다. 아직도 캔슬을 당하는 중이며, 자세한 내용은 전화로 확인을 하라고 하는데. 저기요, 전화가 안되니까 심카드를 신청하는 거라구요! 차라리 엔트리코드 없이 매장에서 사는 게 나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방에 인터넷은 안되니까 너무 심심하고 할 일은 없어서 장만 좀 보고 나서 meet-up 영어모임에 갔다. 늘 가던 서울쪽에는 거의 몇 십 명, 백 명은 기본이었는데 여긴 정말 10명이 조금 넘는 사람들밖엔 없었다. 여행 중인 말레이시아인 한 명과 주최자인 미국인 말고 외국인은 나밖에 없었다. 덕분에 얘기도 많이 하고 친구들도 사겼다. 왜 일본에 왔어? 일본어 어떻게 공부했어? 뭐 그런 평범한 질문이었지만 대답하면서 사람들이랑 얘기를 하고 나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난바역까지 나오는 데만 30분 넘게 걸리는데 거기서 미도리스지 라인으로 갈아타서 우메다 역까지 가서 카페를 찾아가는 데만 시간이 한참 걸렸다. 오자마자 또 길치 티내고 다녔다. 쓰면서 보니까 참 많은 일이 있었네. 이제 폰이랑 인터넷 문제만 좀 해결이 되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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