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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Reise/2018 : Japan

[오사카] 파나마에서 온 친구

by 서키르케 2018. 4. 12.

  파나마에서 온 친구


쉬는 날이었다. 오전에 EMS를 받기로 했는데 10시까지 기다리다가 심심해서 쇼핑하러 갔다. Seacle에 있는 Shoe Plaza에서 웨지구두를 2000엔 주고 샀다. 그 옆에 있는 옷가게에서 검은 가방을 2000엔 조금 안 되게 주고 샀다. 나만 빼고 모든 사람이 출근할 때 검은 가방을 들고 다녀서 튀고 싶지 않아서 검은 가방을 구매했다. 정장도 거의 검은색인 걸 보면 은근 일본도 지루하고 답답한 곳이란 생각이 든다. 1시간만 쇼핑을 하고 돌아가려고 했는데 쇼핑 시간이 길어져서 또 우체국 택배 시간을 놓쳤다. 12시 넘어서 도착해서 우편함에서 부재중 종이를 받았다. 도착하자마자 전화를 했더니 상담원에게 연결이 되었는데, 그분 목소리가 너무 예뻐서 기계에서 나는 소린지 궁금해졌다. 굳이 질문도 해보니 친절하게 답도 해주셨다, 기계는 아닌 모양이다. 오후 2시에 택배를 받기로 했고, 그렇게 오랜 기다림 끝에 EMS를 받을 수 있었다. 냉장고와 수납공간이 당분간 먹을 양식들로 가득 찼다.




교육을 마치고 워싱턴 호텔 뷔페에서 친목회(懇親会)를 했다. 맛있는 음식도 잔뜩 먹고, 같이 앉은 일본 여자애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한국어로 숫자 세는 법도 가르쳐 주고 놀았다. 지점장이 외국인인데 너무 잘생겨서 근처에 올 때마다 장내가 술렁거렸다. 같이 앉은 애들은 교육이 끝나면 나리타로 가게 될 애들이라고 해서 앞으로 볼 수 없게 된다고 생각하니 조금 섭섭했다. 이상하게 같이 일할 일본 애들은 새침한지 말을 걸어주지도 않고, 말을 걸기도 무섭다. 동기인 한국 여자애들이 너무 귀여워서 남자애들이 자꾸만 우리 테이블로 찾아왔다.



드디어 쉬는 날, 우메다에서 Lou와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Lou는 내가 막 스페인어 공부를 시작했을 때 5년 전쯤에 사귄 친구인데 파나마에 산다. 한국에 관심이 많아서 한국에도 온 적이 있었지만 그때 나는 아쉽게도 유럽에 있어서 만나지를 못했다. 이번엔 Lou가 일본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었는데 내가 마침 오사카로 오게 돼서 만나게 되었다. :) 너무 피곤해서 집에서 쉬고 싶었지만, 또 언제 만날 수 있을지 모르니 무거운 몸을 이끌고 우메다로 나왔다. 채식주의자라서 요도바시 카메라 8층에 채식라멘을 파는 곳 챠부톤이 있다고 해서 가봤다. 나는 차슈가 든 미소라멘을 먹었고 Lou는 채식라멘과 채식교자를 먹었다. Lou는 토끼를 좋아해서 이번에 토끼섬으로 유명한 오쿠노시마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목걸이도, 지갑도, 폰 케이스도 모두 토끼였다. 자랑하는 Lou를 보고 너무 귀여워서 나는 그만 웃어버렸다.

그리고 헤어지기가 아쉬워서 커피를 마시기로 했는데, Lous는 우유도 먹지 않아서 두듀밖에 못 먹는다고 했다. 우유 대신 두유를 선택할 수 있는 카페를 찾다가 못 찾아서 결국 망고주스를 먹었다. 밤 9시였는데 나는 커피를 마셨고, 그 날 밤도 역시 잠을 잘 잤다.

¿Cuando vas a Sudamérica? 언제 남미에 갈 거야? 라고 묻는데,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남미에 여행갈 거라고 스페인어를 공부하던 패기 넘치는 예전의 나는 어디로 갔을까.



방에 인터넷이 안 돼서 너무 답답해서 간사이공항에 가서 포켓 와이파이를 빌렸는데,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하루 660엔이라고 하더니 분실 보험료까지 계산돼서 결국 일주일에 6000엔 가까이 되는 금액이 나왔다. 인터넷 한 달 요금보다도 비싼 금액을 주고 일주일짜리 포켓 와이파이를 빌렸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요도바시 카메라에서 소프트뱅크 에어에 가입을 했다.